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꼬박 하루가 걸리는 우주 심연에서 아주 미약한 전파가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1977년 발사되어 인류 역사상 가장 먼 거리를 비행 중인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보내는 생존의 인사다. 과학 전문 유튜브 채널 세모과학은 최근 영상을...
지금 이 순간에도 빛의 속도로 꼬박 하루가 걸리는 우주 심연에서 아주 미약한 전파가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1977년 발사되어 인류 역사상 가장 먼 거리를 비행 중인 우주 탐사선 보이저 1호가 보내는 생존의 인사다.과학 전문 유튜브 채널 세모과학은 최근 영상을 통해 지구로부터 약 250억 킬로미터 떨어진 성간 우주를 비행하는 보이저 1호가 5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어떻게 인류와 통신을 이어갈 수 있는지 그 과학적 원리와 숨은 노력들을 조명했다.
보이저 1호에는 지름 3.7미터의 거대한 접시 모양 안테나가 달려 있다. 이 안테나는 신호를 레이저처럼 한 방향으로 집중시켜 지구를 향해 발사한다. 하지만 탐사선이 쏘아 보내는 전파의 출력은 고작 22와트에 불과하다. 이는 작은 백열전구 하나를 겨우 켤 수 있는 수준의 에너지다.우주 공간을 날아오는 전파는 물리학의 역제곱 법칙에 따라 거리가 멀어질수록 급격히 흩어지고 약해진다. 250억 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건너 지구에 도착할 때쯤이면 신호의 강도는 100경 분의 1와트 수준으로 떨어진다. 하늘에서 떨어지는 눈송이 하나가 땅에 닿을 때 내는 에너지보다도 약한 셈이다.
이토록 말도 안 되게 약한 신호를 포착할 수 있는 비결은 나사 소속 과학자들이 지구 전역에 구축한 심우주 통신망에 있다. 나사는 스페인 마드리드, 미국 캘리포니아, 호주 캔버라에 지름 70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안테나를 배치하여 지구가 자전하더라도 24시간 내내 보이저 1호를 바라볼 수 있게 설계했다.단순히 안테나의 크기만 키운 것은 아니다. 지구의 전자기기가 뿜어내는 열과 미세한 기계 진동조차 신호를 덮어버리는 거대한 소음이 되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수신기를 절대 영도에 가까운 온도까지 극저온으로 냉각시켜 열잡음을 극한까지 줄여낸다. 여기에 초속 17킬로미터로 멀어지며 발생하는 도플러 효과까지 실시간으로 계산해 안테나 주파수를 정밀하게 조율하는 등 물리학의 한계를 쥐어짜 내고 있다.
보이저 1호의 여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2017년 자세 제어용 추진기의 수명이 다했을 때, 과학자들은 1980년 토성 탐사 이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던 궤도 수정 추진기를 무려 37년 만에 다시 작동시키는 도박에 성공하며 통신을 되살려냈다.또한 2024년 초에는 우주 방사선에 의해 메모리 칩 하나가 손상되어 의미 없는 데이터만 반복 송신하는 치명적인 오류가 발생했다. 이때 과학자들은 50년 전 설계도를 뒤져 손상된 프로그램 코드를 잘게 나눈 뒤 살아남은 메모리의 빈 공간에 재배치하는 원격 코딩을 수행했다. 명령을 보내는 데 하루, 결과를 확인하는 데 다시 하루가 걸리는 피 말리는 작업 끝에 보이저 1호는 기적적으로 정상 신호를 다시 보내오기 시작했다.
물론 이 기적 같은 통신이 영원할 수는 없다. 보이저 1호의 동력원인 플루토늄 핵 배터리는 매년 4와트씩 서서히 에너지를 잃어가고 있다. 과학자들은 탐사선을 하루라도 더 살리기 위해 히터를 끄고 과학 장비의 전원을 차단하는 등 힘겨운 사투를 벌이고 있다.최소한의 전력마저 바닥나는 날, 24시간을 기다려도 더 이상 대답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인류를 대신해 심우주의 끝자락까지 나아갔던 보이저 1호의 눈과 귀가 침묵에 잠기더라도, 한계를 뛰어넘고자 했던 과학자들의 집념과 그 위대한 여정의 궤적은 영원히 우주에 남게 될 것이다.